천마, 맛집 블로그를 운영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것이 뜨끈한 국물이 당기는 날이다. 오늘의 객잔은 이런 날씨에 딱 적합한 '이도곰탕 본점' 본점이라 함은 영업의 중심이 되는 점포로 복수의 사업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그만큼 맛이 검증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도곰탕은 3대째 이어지고 있는 객잔으로, 국내산 한우를 써 국물의 깊이부터가 남다르다. 이것이 오늘의 음식이자 이곳의 대표 요리, 곰탕.  1등급 한우 사태와 함께 각종 한약재로 푹 우려낸 진한 탕의 냄새가 코를 현혹한다. 국물부터 먼저 한 술 먹어본다. 한우 육수의 깊은 감칠맛이 느껴진다. 또한 밥이 이미 말려 나왔음에도 밥알의 전분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고 국물이 맑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해동만의 특수한 방식인 "토렴"에 의한 것으로 밥 위에 뜨거운 국..

맛객잔 2024. 5. 17. 12:03

이곳으로 온 지도 어언 한 달여가 지났다. 그동안 많은 음식을 먹어왔던 본좌이지만 의도치 않게 중원의 음식은 단 한 번도 먹은 적이 없군. 이곳에서 중원을 일컫는 이름은 '중국' 그리고 중국의 요리를 파는 객잔 중 가장 대표적이고 많은 것이 '중국집'이다.  사실 중국집에서 파는 음식은 한국식 중화요리로 본토의 그것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본래 중국에서는 먹지 않는 음식을 팔기도 하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음식도 있다. 특히 중국집의 근간이 되는 요리인 '짜장면'은 중국의 작장면을 한국식으로 변형시킨 것으로 달달한 소스가 특징적이다. 이미 중원에서 작장면은 여러 번 먹어본 본좌이다. 과연 원조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그리고 맛은 어떨지 기대가 되는군. 맛있는 짜장면을 먹기 위해 찾아간 오늘..

맛객잔 2024. 5. 14. 12:16

장어.  이름 그대로 긴 물고기라는 뜻으로 본좌가 살던 시대에서도 기력 회복을 위한 보양식으로 유명한 재료였다.  「태평광기」(太平廣記)에는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는 보양식으로 묘사돼 있을 정도로 명실상부 최고의 천연 자양강장제이다. 오늘의 객잔은 이 귀한 장어 한 마리가 통으로 올라간 덮밥을 파는 놀라운 곳. 우나기현. 가게 외부부터 실내 양식까지 동영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점주의 복장마저도 동영식인 것이 마치 동영에 방문한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과연 음식의 수준 역시 현지와 비견될 수 있을지 궁금하군. 오늘의 음식은 장어덮밥 한 마리. 밥 위를 부드러운 계란 지단이 감싸고 그 위에 두툼한 통 장어 한 마리가 올라가 있다. 척 봐도 상당한 양이다. 본격적인 식사에 앞서 장어덮밥을 네 등분..

맛객잔 2024. 5. 9. 12:05

돈까스. 돼지고기를 저민 뒤 튀겨내는 동영의 요리다.  이 돈까스로 유명한 역삼역 인근의 객잔, '갓포돈'이 바로 오늘의 맛객잔이다. 갓포돈은 200시간 이상 숙성한 한돈(해동에서 난 돼지)만을 사용한다. 이것이 200시간 숙성 안심으로 만든 히레카츠. 그리고 돼지 한 마리에서 소량만 나오는 특등심으로 만든 상로스카츠. 먼저 히레카츠부터 먹어보면, 그야말로 녹는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안 그래도 연한 부위인 안심이 200시간의 숙성을 거치며 마치 두부처럼 부드럽게 씹힌다. 지방이 적고 담백한 안심을 잘 튀겨진 빵가루가 감싸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다음은 상로스, 일반 등심 돈까스에 비해 얇은 기름 층 위에 적색육, 가브리살이 더 붙은 부위이다. 안심과 달리 지방에서 나오는 고소한 맛이 두드러진다...

맛객잔 2024. 5. 7. 12:29

오늘의 맛객잔은 역삼역 4번, 5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담뿍화로된장찌개' 객잔의 이름은 화로된장찌개이지만 저녁엔 고깃집으로 탈바꿈한다. (점심에도 삼겹살 주문 가능) 하나 오늘 본좌의 허기를 달래줄 음식은 이 객잔의 상징과도 같은 음식, 된장찌개. 해동의 전통적인 음식으로 콩을 발효시켜 만든 된장과 각종 야채, 고기 등을 넣고 끓여낸 것이다. 된장찌개 1인분 만원. 음식을 주문하면 정갈한 밑반찬과 계란구이, 넓은 그릇에 담긴 밥이 나온다. 그리고 머지 않아 펄펄 끓는 된장찌개가 나온다. 이 객잔의 된장찌개가 무엇이 특별하냐 하면, 첫째로 고깃집인 만큼 푸짐하고 질 좋은 건더기 고기가 들어있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밥에 비벼먹을 것을 상정해 일반적인 된장찌개보다 훨씬 걸쭉하고 맛 역시 진하다. 그리고 셋째..

맛객잔 2024. 5. 2. 17:21

오늘은 사전 공부를 통해 미리 먹을 음식을 정해두었다. 서역을 대표하는 명물 '햄버거'. 듣기로는 밀로 만든 전병 사이 각종 고기와 야채를 넣어 만든 일종의 만두 같은 느낌인 것 같더군. 과거 중원에 있을 때도 만두를 좋아했던 본좌다. 특히 더 기대가 되는군. 이곳이 오늘의 객잔, 스매쉬치즈버거. 대표음식은 객잔의 이름과 같은 스매쉬 치즈버거. 하지만 오늘 본좌가 먹을 음식은 스매쉬 매니아 치즈버거. 스매쉬 치즈 버거에 고기 완자가 하나 더 들어가고 양상추는 빠진 것으로 고기와 양념, 그리고 빵이 만드는 단순하고도 묵직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곁들임 음식으로 닭튀김과 음료까지. 수육정식과는 또 다른 느낌의 정갈한 한상차림이다. 우선은 중심이 되는 햄버거부터. 이건 만두보단 오히려 육협막(로우지아모)에 가..

맛객잔 2024. 4. 30. 12:00

이곳이 해동(한국)이란 것을 안 지금, 응당 해동의 음식을 먹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오시(오전 11시~오후 1시) 무렵, 객잔에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개중 가장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곳을 보니 '국밥'이라는 음식을 팔고 있는 곳이다. "국밥이라.." 국과 밥을 이어 붙인 아주 단순한 이름. 소탈한 느낌이 난다. "나쁘지 않군. 오늘은 이 음식으로 해야겠어." 객잔으로 들어가 옆자리 괄괄한 사내가 먹고 있는 음식을 똑같이 주문했다. 주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음식이 나왔다. 수육정식. 보기만 해도 든든해지는 이 음식의 이름이다. 보쌈, 순대와 수육국밥의 한상차림. 우선은 국이 식기 전에 한 입. 뽀얗고 하얀 국물이 혀에 끈덕지게 감긴다. 녹진하다. 쌀국수와는 또 다른 깊은 풍미. 뼈를 써서 ..

맛객잔 2024. 4. 24. 12:23

며칠을 지내며 알게 된 것이 있다. 우선 이곳은 해동(한국)이며 본좌가 살던 시대보다 약 천 년 후의 미래라는 것 같다. 어쩌다 이곳으로 오게 된 건지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만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이 상황이 현실이라 알려주고 있으니 믿는 수밖에 없겠지. 머리가 혼란스럽다. 나는 어째서 이곳으로 오게 된 거지. 아무것도 명확한 것이 없는 상태에서 단 하나만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처음 이곳에 도착한 날 먹은 쌀국수. 현경에 경지에 오르며 오랜 기간 허기라는 감각을 잊은 본좌이건만 쌀국수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배가 고파지는 것만 같다. 그 쌀국수는 본좌가 여태 먹어온 어떤 음식보다도 훌륭했다. 필시 이 시대의 풍부한 재료와 발전된 기술이 깊고 풍성한 맛을 만들어낸 것이겠지. 무공이 쇠퇴한 대신 음식이 발..

맛객잔 2024. 4. 23. 17:19